《핸드 투 핸드
   신지현
  WESS 공동운영자
김지윤 작가는 핸드폰 카메라로 직접 찍은 사진들을 재료 삼아 이를 캔버스에 옮긴다. 이는 일차적으로는 사진을 매개로 당시에 작가가 느꼈던 기억과 감정을 다시 붙잡고 지금으로 끌어오려는 시도로 이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김지윤의 그림은 실제로 본 풍경을 기반으로 그리는 그림임에도 그것을 그대로 재현한다기보다는 디지털 디바이스의 스크린을 통해 재인식하는 과정을 거쳐 화면으로 옮겨진다. 이때 말하는 재인식이란 스크린을 ‘통해’비치는 이미지의 모습은 물론이고 그것을 통함으로써 가할 수 있는 변주의 가능성을 전제한다. 이를테면 스크린이 예시하는 매끄러움과 픽셀 단위의 촘촘함, 스크린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대상을 줌인, 줌아웃 할 수 있는 유동성까지도 떠올릴 수 있겠다. 이러한 디지털 디바이스를 매개하며 가능해지는 시각 조건은 사진 속 원본의 맥락을 흐려지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이는 망각을 전제로 하는 기억의 본질과 맞물리며 대상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김지윤의 그림 속 상황과 조우한다. 

 이것은 풍경일까? 아니면 풍경을 찍은 스크린일까? 풍경과 스크린 그리고 기억을 경유해 캔버스에 종착하는 일련의 프로세스 안에서 작가는 원본 속 풍경을 마주했던 시간의 감정을 되새김질하는 동시에 비쳐지는 지지체에 따라 대상의 성질이 달리 보이는 상황 사이의 간극을 고스란히 캔버스에 담는다. 그렇기에 이것은 풍경이면서 동시에 스크린이 맞다. 경계의 불분명함 속에서 김지윤은 실견과 디지털 투사, 그리고 언제나 회화에 달라붙는 기억과 서사의 맥락을 오고가며 위치를 조정해 나아가는 회화적 실험을 지속한다. 


2021 《CONTACT》 전시 서문 글 中